검색
없는 것과 있는 것
최근 생각지도 못했던 담낭 제거 수술을 받게 되었다. 담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나에게, 그것은 참 낯선 장기였다. 담낭은 간 아래에 붙어 있으며,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하고 농축해 두었다가 기름진 음식이 들어올 때 지방을 분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돌이켜보면 작년 말부터 2~3개월에 한 번씩 통증이 찾아왔지만, 단순한 위경련인 줄 알고 참고 넘겼다. 그러다 결국 원인을 알게 되었다. 흔히들 하나님께서는 인체의 어떤 부분도 필요 없이 만드시지 않으셨기에, 몸에 쓸모없는 장기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담낭이 없어도 괜찮을까?”, “후유증이 심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수술을 피하고 싶어 세 군데 병원을 찾아갔지만, 모두 담낭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더 큰 질병을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한 담낭이 없어도 처음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장기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며 몸이
박인미
5월 26일
흔적
2008년,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프리랜서로 독립하기란 쉽지 않았다. 목사님께서는 회사에 들어가 일을 배우며 그림을 병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들어가게 된 곳이 CLC라는 기독교 출판사였다. 업계에서는 출판디자인의 사관학교라 불리던 곳이었지만, 유명한 회사도 아니었고 근무 환경도 매우 열악했다. 그래서 속으로는 ‘딱 한 달만 다니고 그만두자’ 생각하며 입사했다. 그런데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내게 북디자인은 너무나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결국 나는 그곳에서 1년 반 동안 일하며 100권이 넘는 책을 만들었다.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 퇴근 후에도 피곤한 줄 모르고 출판협회에서 진행하는 북디자인 수업을 들으러 갔다. 저녁마다 3시간씩 수업을 들으며 책 만드는 법을 배웠다. 책 한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글자들은 단순히 배치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원고지의 질서 위에 세워진 세계다. 기준은 한 글자의 크기다. 글자와 글자 사이의
박인미
5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