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어릴 적부터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쉽게 지치곤 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싫었던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 속에 있으면 에너지가 유독 많이 들었다. 누군가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쉬는 시간이 필요했고, 생각과 마음을 나눌 사람도 소수면 충분했다.
살아가다 마음이 복잡해지고 힘겨운 순간이 올 때면 나름대로 나를 다루는 방식이 있었다. 가족에게 마음을 털어놓거나 지혜롭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책을 읽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며 그 일에 온 마음을 쏟아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내가 마음을 나누고 의지하는 소수의 사람들 안에 주님도 계신가?
돌이켜보니 주님을 사랑한다고 입술로는 고백했지만, 정작 내가 힘들 때 가장 먼저 찾는 분은 주님이 아니었다. 마음이 힘들 때면 사람을 찾았고, 답이 필요할 때면 책과 지식을 뒤적였으며, 마음이 복잡할 때면 혼자 생각하며 해결하려 했다.
가족도, 배움도 모두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지만 나는 그것들을 통해 주님께 나아가기보다 그것들로 주님을 대신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주님이 물으신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마 10:37] 아비나 어미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고.
문득 첫 신년 안수기도 때 목사님께서 해주신 기도가 떠오른다. 목사님은 내가 ‘지성소’로 나아가기를 기도해주셨다. 하나님과 내가 오롯이 일대일로 만나는 곳, 그곳에서 주님이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주님이 나를 기다리고 계신 그곳보다 세상의 다른 곳에서 먼저 답을 찾으려 헤매고 있었다.
이제는 사람을 찾기 전에 먼저 주님을 찾고, 세상의 답을 구하기 전에 주님께 묻고, 혼자 해결하기 전에 주님께 마음을 내어드리고 싶다.
결국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 삶의 가장 먼저를 주님께 드리는 것이 아닐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오늘도 그 질문 앞에서, 내가 가장 먼저 찾는 분이 주님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