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체제
- 엄태우 목사
- 6월 21일
- 2분 분량
지난 화요일 재정부의 기도모임이 있었습니다. 여러 모양으로 요청들이 있었고, 특별히 재정부의 기도모임이었기 때문에 자크 엘룰의 ‘하나님이냐 돈이냐’의 1장을 중심으로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모임을 앞두고 다시 한번 정리하다가 뜻이 있는 분들이 다 같이 모여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단톡방에 공지하고 모임을 가졌습니다.
몇몇의 분들이 모여서 1장을 같이 읽었습니다. 제가 임의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읽으며 약간의 해설을 곁들었습니다. 1장의 내용은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우리가 깊이 사무치듯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선입견을 제거하기 위한 실마리를 잡는 것입니다.
돈이란 것은 하나님께서 직접 만드신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살면서 만든 것인데 그렇다고 하나님의 창조 섭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타락하고 자기 힘으로 살려고 하니 가인은 도시(성)를 세웠습니다. 도시는 물론 성벽도 쌓고 사람이 모여 사는 것도 있었겠지만 필연적으로 물물교환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물물교환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돈은 최초에 가치를 측정하는 기능과 가치를 저장하는 기능을 가졌습니다. 이것이 조개나 뼈조각을 가지고 화폐로 쓰던 시절부터 해서 엽전, 어음을 만들던 근대 이전까지 돈의 주기능이었습니다. 하지만 근대 이후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서구사회와 서구의 압력으로 늦게 근대화를 이룬 나머지 세계는 시간차가 있습니다.) 돈의 기능은 점점 복잡해졌습니다. 현재는 여러분들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돈이 많은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도덕적인 우위에 있다’라는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 그리고 ’돈이 많은 성도는 영적으로도 축복받은 사람이다’라는 영적 가치와 힘까지 가질 만큼 돈은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주식이 이번 주에 9000을 넘겼습니다. 이런 탓에 병원에서는 심장병 환자들이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주가지수 1% 변동할 때마다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최대 1.9%까지 증가한답니다. 올들어 주식 시장에 사이드카가 24회 발동했다고 하니 주식시장을 면밀히 볼 일이 없는 저에게는 실감이 나지 않지만 빚투를 하신 분들은 자신의 심장을 특별히 관리하셔야겠습니다.
화요일 기도모임을 마치고 제 머릿속에는 ‘아, 체제…’ 라는 말이 남았습니다. 영어로 system이라고 하죠. 저는 체제에 대해서 지긋지긋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역사와도 매우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건국되기 전부터 건국된 이후 그리고 지금까지 체제문제로 인해 많은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징이기는 하지만 계시록에서 사탄이 만들어 바다 위로 올리는 짐승의 의미가 국가 아니면 체제이겠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했습니다. 역사 속에서 교회를 핍박한 것은 이 두 실체이기 때문입니다.
체제를 자크 엘룰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초월하여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구조’ 체제 안에 들어가면 인간은 ‘자유’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 거대한 구조의 부품으로 전락하는데 끔찍한 것은 자신이 부품으로 살아가는 것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체제는 공기와 같아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답은 체제가 없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령하나님의 충만함을 입어 더 완전하고 강력한 체제인 하나님 나라에 속하여 사는 일입니다. 그것만이 우리의 신앙과 자유를 지키고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몸의 모든 구석구석을 공기가 채우고 있듯, 체제는 그렇게 우리 마음과 생각의 뼈, 골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하나님이냐 돈이냐의 1장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대로 이 사실을 방치해서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서 자신의 통치, 즉 은혜의 지배를 이루실 수 없습니다. 이것은 매우 첨예한 문제인데 우리의 구원 때문입니다.
지끈거리는 머리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기분 나쁜 맹수를 길을 걷다 직접 목격한 기분이었습니다. 체제라는 놈의 무게와 실제로 존재함을 실감하는 것은 유쾌하지 않습니다. 체제를 파쇄하는 방법은 창끝 전략입니다. 하나의 점에 모든 힘을 모아 균열을 일으킬 때 빛으로 체제라는 어둠은 물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오직 한 점이 필요합니다. 창의 끝이 닿을 수 있는 한 점에 복음의 진리가 닿을 때 강력한 체제의 사슬은 풀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때 이 한반도에 인애와 진리가 만나고 의와 화평이 서로 입맞추는 하나님의 나라, 5000년 넘게 셀 수 없는 양민들이 살고 지고를 반복하며 기다린 이 산하에 그 나라가 임할 것입니다.